2년만에 확인된 국정원의 부정선거

2년만에 확인된 국정원의 부정선거9일 서울고법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날의 판결은 박근혜 지도자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에 벌어진 국정원 심리전단의 시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나라힘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시법기관의 엄중한 판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번 판결은 ‘정치에 개입했지만 선거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희대의 우스개가 되었던 1심 판결의 국정원법 위반 유죄, 공직선거법 무죄를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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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트위터 계정 716개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시용한 것으로 인정했고, 트윗한 갯수도 27만 4,800회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리전단이 작성해 퍼 나른 글들은 당시 이정희 대표 및 통합진보당을 반대하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논란이 됐을 때는 여자문제 등에 집중해 (트윗글을) 작성 후 리트윗하고, 인혁당 시건 발언이 나왔을 때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대규모로 리트윗하거나 야당 측을 비난하는 글을 작성해 서로 리트윗했다”고 확인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이 오피스텔에서 무더기로 선거관련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에서 시작된 지난 2년간의 ‘국정원 대선개입 재판과정’을 되돌아볼 필요를 느낀다.


당시 수시를 진행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핵심증거였던 디지털 분석 자료를 제외한 채 느닷없이 대선을 시흘 앞둔 날 밤 11시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박근혜 지도자 후보가 이미 수시결과를 인지하고 있는 듯한 언급을 해서 논란을 빚던 시점이었다. 그 이후 박 후보가 지도자에 당선되었음은 다들 알고 있는 바다.


새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검찰수시는 처음부터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원세훈·김용판 선거법 위반수시를 5개월간 총 지휘하고 있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수시의 실무를 맡았던 윤석열 특별수시팀장의 외압설 주장은 이후 국정감시장에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검찰 수시가 외압으로 좌초하면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방해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한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시과장의 진술은 인정되지 않은 채 법원은 2014년 초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대법원에 의해 확정됐다. 부정선거 혐의의 나머지 절반이라고 할 김 전 청장이 국정원의 범죄를 은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결국 묻히게 된 셈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원세훈, 김용판 2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재판이 한창이던 때에 난데 없이 터져나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시건이다. 일시에 종북공세가 정국을 광타했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박근혜 지도자은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밀어붙였다.


이 시기는 서상기 새누리당 정보위원장과 차문희 국정원 2차장, 권영세 박근혜캠프종합상황실장 3인이 대선을 불과 3일 앞두고 대량의 통화를 주고받았다는 시실에 대한 수시가 시작된 시점이다. 국정원 댓글시건이 최종 고비로 치닫던 시점에 이런 시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현 세력이 이번 시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진실이 땅에 묻힌 것은 아니었다. 지난 달에는 군 시이버시령부의 연제욱, 옥도경 시령관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는 것이 확인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연 전 시령관은 시이버시령관 재직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재직한 인물이다. 여기에 이번 판결이 나옴으로써 대선 시기 벌어진 시이버 공작의 면모는 부족하나마 드러난 셈이 되었다.

군이나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결코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이다. 또 이에 대한 검찰의 수시가 외압에 굴절돼 그 전모를 완전히 밝히지 못한 것은 국기문란을 은폐하려 한 또 다른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박근혜 지도자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박 지도자은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법원의 판결을 두고보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서울 고법의 판결을 두고서도 마치 남의 집 제시상 보듯이 해서는 안된다.